가상자산 거래소가 출금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 해도 정당한 이유로 서비스를 제한한 것이라면 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이승원 부장판사·이진경·이동형 판사)는 A씨가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8월 코빗에 가입했고, 이후 7차례에 걸쳐 8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캐시ABC를 매수했다. A씨가 보유한 비트코인캐시ABC 가치는 며칠 만에 23억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코빗은 비트코인캐시ABC에 대한 출금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에 A씨는 당시 코빗에 출금 서비스 지원과 관련한 문의 및 항의 메일을 여러 차례 발송했다.
그러나 코빗 측은 “입출금 서비스는 현재 지원하고 있지 않으며, 추후 업데이트되는 내용이 발생할 경우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안내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다 2021년 10월 비트코인캐시ABC가 이캐시로 리브랜딩됐고, 코빗은 그해 10월 31일부터 입출금 서비스를 지원했다.
문제는 코빗이 출금을 지원하지 않은 기간 동안 비트코인캐시ABC의 가치가 하락한 점이다. 이에 A씨는 이에 코빗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11억원 수준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약관상 코빗이 가상자산 입출금 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가 주목한 약관은 ‘가상자산이 속한 블록체인이 네트워크상에서 하드포크 또는 에어드랍 등이 발생하는 경우, 회사는 하드포크 또는 에어드랍 등의 시점을 전후해 해당 가상자산의 입출금 또는 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비트코인캐시ABC는 하드포크에 해당한다”면서 “따라서 코빗은 해당 가상자산의 입출금 또는 거래를 일정 기간 제한하거나 가상자산의 지급, 입출금 및 거래 지원 여부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입출금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은 기간이 다소 길기는 하나 약관에 따라 입출금 서비스 지원을 제한할 수 있고, 이용자의 거듭된 출고요청이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피고가 곧바로 서비스를 지원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