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가 비트코인 채굴업체에 평소보다 전기를 덜 쓴 대가로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8일(현지시간) CBS와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텍사스는 지난 6월부터 세 달 가까이 이어진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10차례나 경신했다.
이에 전력 공급이 수요를 맞추기 어려워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지난 6일 저녁에는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비영리 법인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가 에너지 비상경보 2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계절적인 전력 수요와 가격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텍사스주는 에너지 사용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업체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력 공급이 많을 때는 이를 흡수하게 하고, 전력이 부족할 때는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려는 의도이다.
이런 정책의 일환으로 텍사스주는 최근 비트코인 채굴업체 라이엇에게도 수백억원의 보조금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엇은 “텍사스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기간에 전력 사용량을 95% 이상 줄여 비트코인 채굴 수익을 포기했다”며 “이 댓가로 지난 8월 총 3170만달러(약 423억원)에 달하는 전력·수요 대응 크레딧(보조금)을 얻었다”고 알렸다.
그런데 문제는 라이엇이 지난 8월 자사가 비트코인 채굴시설 가동을 줄임으로써 얻은 보조금 수익은 지난해 연간 받은 보조금 총액을 초과한다는 점이다.
라이엇은 비트코인 시세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만 5억 달러(6685억원)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고, 최근 분기 손실도 2700만 달러(3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텍사스의 보조금 지급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를 알게 된 텍사스의 일부 주민들은 격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 나바로 카운티 주민들은 지난해 지역 내 비트코인 채굴 시설을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텍사스주는 비트코인 채굴의 성지로 불린다. 2021년 중순부터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 단속을 강화하면서 대형 채굴 기업들이 텍사스로 이주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