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수사당국이 가상자산 ‘루나·테라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찰은 성명을 통해 “테라폼랩스와 관련된 조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권 대표는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권 대표는 지난해 5월까지는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머무른 바 있다.
이후 권 대표는 여권이 무효화되기 전인 지난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 공항을 거쳐 세르비아로 도주했다.
인터폴은 우리나라 검찰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9월 권 대표 적색수배를 발령했고, 지난해 11월부터 여권이 무효와됐다.
권 대표는 지난해 5월 폭락 사태를 일으키며 가상자산 시장을 혼란으로 빠뜨린 루나(LUNA)와 테라USD(UST)를 만든 테라폼랩스의 대표다.
테라는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 이른바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라폼랩스는 테라를 미국 달러화에 1대1로 가격을 고정하도록 설계했다.
또 테라의 가치 유지를 위해 설계된 알고리즘 기반으로 수량이 조정되는 코인 루나를 발행했다.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면 자매 코인 루나를 팔아 테라를 사들여 가치를 유지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1달러로 고정돼야 하는 테라의 시세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꼈고, 이로 인해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이 발생했다.
그러자 당초 180억 달러 수준까지 커졌던 테라 시가총액 규모가 약 일주일 만에 90% 이상 빠지며 사실상 휴짓조각이 됐다.
테라폼랩스가 무너지면서 가상화폐 헤지펀드 스리애로우스캐피털(3AC), 코인 중개·대부업체 보이저 디지털, 거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 등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졌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면서 SEC는 “권 대표가 비트코인 1만개 이상을 빼돌려 현금화한 뒤 스위스 소재 은행에 현금으로 예치중”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법무부와 검찰은 권 대표의 신변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세르비아 당국과 현지 접촉을 통해 권 대표 체포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테라폼랩스 측은 블룸버그의 확인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