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가 끝난 뒤 상대의 가상자산 17억원어치를 가로챈 여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A(32·여)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말부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자녀 2명을 낳아 키우던 B씨가 결별을 요구하자, B씨의 가상화폐 지갑에서 16억9697만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가족 명의 휴대전화로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11월 7일 서울 강남 자택에서 데스크톱 PC로 가상자산 네트워크 시스템에 침입해 피해자 B씨의 가상화폐 지갑을 복구한 뒤 이를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범행은 그가 지난해 초 B씨 요청을 받고 가상화폐 지갑을 복구할 수 있는 ‘시드 구문’을 보관 중인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시드 구문은 비밀번호를 잊어도 로그인이나 출금이 가능한 열쇠로, 단어 여러 개로 이뤄져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컴퓨터 등에 복사해놓고 사용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를 해킹하면 가상화폐 계정이나 지갑이 순식간에 털릴 수 있다. 따라서 시드 구문을 단말기 한 곳에 저장해놓지 말고 나눠서 보관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재판부는 “A씨는 B씨와의 신뢰 관계를 이용해 거액의 재산상 이익을 가로챘고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B씨와의 사실혼 관계가 끝나자 재산 분할 등 법적 분쟁을 앞두고 저지른 범행으로 그 동기나 경위에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A씨가 가로챈 이익도 압수나 임의제출 방식으로 피해자가 되돌려 받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최근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들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검찰이 가상자산 합동수사단(합수단)을 출범시킨데 이어 경찰도 지난 달 전담팀(TF·태스크포스)을 구성했다.
가상자산과 관련된 유사 수신 등 국내사기 범죄는 2021년만 해도 427건에 대해 1717명을 검거하는 수준이었지만 2022년에는 628건, 2123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