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고액 체납자가 보유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세무당국이 강제로 팔아 밀린 세금을 받아 낸 사례가 처음 나왔다.
국세청은 세무당국의 압류를 회피한 악성 체납자 641명을 상대로 재산 추적 조사에 착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달부터 국세청은 금융위원회 등과 협의해 체납자로부터 압류한 가상자산을 직접 매각해 미납 세금을 징수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세무서 명의로 가상자산거래소 계좌를 개설할 수 없어 체납자 스스로 매각하지 않으면 강제 징수가 불가능했다. 이에 일부 체납자들은 가상자산을 재산 은닉 저수지로 악용해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세청은 올해 5월부터는 압류한 가상자산을 직접 매각하며 체납세금 징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부터 국세청에 압류된 가상자산은 1080억원으로 이 중 5월 전까지 현금화해 강제 징수하지 않은 가상자산은 134억원 수준이다.
국세청은 이날까지 체납자의 가상자산 11억원어치를 팔아 현금화했고 앞으로 123억원어치도 마저 징수할 방침이다.
양동훈 징세법무국장은 “강제징수권에 근거를 둔 것이기 때문에 협의 없이도 처분이 가능하다”면서도 “가상자산은 가격변동이 심해 최대한 체납자와 협의를 거치면서 매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외에도 미술품, 귀금속, 신종투자상품 등으로 재산을 숨기거나, 상속재산이나 골프회원권 등 각종 재산권을 지능적으로 빼돌리거나, 고가주택 거주·고급차량 운행 등 호화롭게 생활하는 체납자들이 추적조사 대상자에 올랐다.
국세청은 ‘상속 포기’ 위장 사례 수십건에 대해서도 재산 추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고액의 종합소득세·증여세 등을 내지 않은 전직 학원 이사장, 비상장주식 투자자도 은닉 재산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이들로부터 각각 3억원, 10억원 상당의 미술품·골드바 등을 강제 징수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고액 복권 당첨자, 유튜버 등 고소득 체납자를 상대로 다양한 기획 분석을 하고 실거주지 탐문 등 현장 징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현금으로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한 체납 세금은 2조8000억원 수준이다.
양 국장은 “고액·상습 체납자의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조세 정의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