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뱅가드 그룹이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 스트래티지(구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비트코인이 미성숙한 자산이라며 장기 투자자들에게 부적합하다고 경고한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보도에 뱅가드는 스트래티지 A클래스 보통주 약 20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유통 주식의 약 8%에 해당하며, 자산 가치로는 약 92억6000만달러(약 12조77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뱅가드가 보유한 수십개의 뮤추얼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포함된 스트래티지 지분을 합산하면, 뱅가드는 현재 최대 주주인 캐피털 그룹을 제치고 4분기에 최대 주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뱅가드는 스트래티지 주식을 여러 인덱스 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탈스톡마켓 인덱스펀드(VITSX)에서 약 570만주(1조4000억달러 규모)를 보유 중이다. 확장시장 인덱스펀드(VIEIX), 성장 ETF(VUG) 등도 스트래티지 주식을 보유한 주요 펀드이고, 부 액티브 펀드와 팩터 기반 ETF에서도 스트래티지 주식이 편입됐다.
뱅가드는 사실상 비트코인에 대한 대리 투자 수단으로 스트래티지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트래티지는 공격적인 비트코인 매입 전략을 펼치면서 주가가 비트코인 가격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비트코인을 넘어섰다. 스트레래지는 최근 2년간 주가가 850% 넘게 상승했고, 최근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되며 시장 내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상승률은 약 300%였다.
ETF 분석가 에릭 발츄너스는 “인덱스 펀드는 모든 종목을 포함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뱅가드처럼 보수적인 운용사도 비트코인 노출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뱅가드가 암호화폐에 대해 오랫동안 비판적 견해를 가졌던 것과는 상반된다. 뱅가드는 암호화폐가 장기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으며, 내재된 경제적 가치가 없는 미성숙 자산군으로 포트폴리오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견해를 유지해왔다.
이에 반에크의 매튜 시겔 디지털 자산 책임자는 “뱅가드는 공식적으로 비트코인을 조롱하면서, 비트코인 기업에 간접 투자하고 있었다”면서 “이는 전략이 아니라 제도권 치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