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충격에 빠졌던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밤 사이 막대한 거래 대금이 움직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접속이 마비됐다.
비트코인이 8800만 원대까지 떨어지자 ‘패닉 셀(공포감에 자산을 매도하는 행위)’가 발생하면서 비트코인은 매도하거나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려는 이들이 몰려들며 거래소 서버가 터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자 빗썸은 “가상자산 출금량 증가로 인해 일시적으로 출금 완료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라면서 “신청하신 출금은 순차적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정상화 시 별도 공지를 통해 안내드리겠다”라고 공지했다.
업비트 역시 공지를 통해 “일시적인 트래픽 증가로 인해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라고 안내했다.
계엄 선포의 여파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에서는 막대한 자금이 이동했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의 3일 오전 9시~4일 오전 9시 거래량은 약 49조4900억원으로 2024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3일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인 9조원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수치다.
거래소별로 보면 코인게코 기준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이날 일일 거래량은 40조원을 기록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을 확정하며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상승세에 접어들 때 업비트 일일 거래량은 약 10조원 대를 이어오고 있었다.
또 다른 대형 거래소인 빗썸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시간 코인게코 기준 빗썸의 24시간 거래량도 9조원을 기록했다.
업비트에선 비상계엄 선포 후 1시간 동안 이례적으로 많은 규모의 USDT(테더)가 유입되기도 했다. USDT는 달러에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소에서 일종의 기축통화로 이용된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룩온체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시간 만에 업비트로 1억 6300만 USDT(테더)가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거래량이 많은 ‘고래’들이 비트코인이 급락하자 업비트에서 저렴한 가격에 이를 매수하기 위해 USDT를 입금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