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0)의 최측근이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23일(현지시간) 캐럴라인 엘리슨(28) 전 알라메다리서치 CEO가 법정에서 뱅크먼-프리드와 함께 대출기관들을 고의로 속였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와 과거 연인 관계이자 가상화폐 헤지펀드인 알라메다리서치를 이끌었던 엘리슨은 사기 등 7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엘리슨은 지난 19일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죄인정 재판에 출석해 “내가 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알라메다가 FTX의 대출 기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내가 한 일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또 “알라메다는 담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FTX의 청산 규정에 따른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의 대상이 되지 않고도 무제한 대출을 허용받았다”고 폭로했다.
특히 엘리슨은 “나와 뱅크먼-프리드는 알라메다의 대출 규모 등에 관해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해 대출기관들을 고의로 속였다”며 “분기 대차대조표에서 알라메다가 FTX로부터 얼마나 많은 금액을 대출했는지를 감췄고, 알라메다가 뱅크먼-프리드를 포함한 FTX 중역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빌려줬다는 사실도 숨겼다”고 실토했다.
이날 엘리슨과 함께 유죄를 인정한 게리 왕(29) FTX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알라메다에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FTX 플랫폼의 코드를 바꾸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내가 한 일은 불법이었다”고 인정했다.
이들의 이러한 증언은 뱅크먼-프리드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왜 FTX 고객 자금이 알라메다로 흘러 들어간 것인지에 대해 모르겠다는 일관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과는 상반된다.
뱅크먼-프리드는 “많은 실수를 했지만, 누구에게도 사기를 치지는 않았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엘리슨의 유죄 인정 진술은 이날 처음으로 공개됐다. 검찰은 당시 뱅크먼-프리드가 미국 송환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에서 당분간 법정 발언을 공개하지 말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