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국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키르기스스탄 암호화폐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디크립트는 TRM 랩스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 개인, 기관들이 키르기스스탄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플랫폼들을 통해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키르기스스탄 내 가상자산서비스제공업체(VASP)가 급증했다. 이는 사실상 러시아 수요에 기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키르기스스탄 암호화폐 거래 중 최대 90%가 러시아 제재 회피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그리넥스(Grinex), 미어(Meer), EVDE 등 주요 거래소들은 미국 제재 대상인 러시아 거래소 그란텍스(Garantex)와 관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란텍스는 이미 미국 재무부에 의해 제재 대상에 보함된 바 있다.
이 거래소들은 루블화를 암호화페로 전환하는데 활용되고 있었다. 루블화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인 A7A5를 통해 대규모 루블-암호화폐 전환을 지원해 온 것.
A7A5는 제재 대상인 러시아 국방 거래 은행 Promsvyazbank 예치금을 담보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그리넥스가 A7A5 거래 주요 플랫폼으로 파악됐다. 그리넥스는 출시 4개월 만에 93억달러 규모 거래를 중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연합은 키르기스 당국에 대해 플랫폼 감시와 금융제재 협력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황은 키르기스스탄이 러시아와의 금융적 긴밀성을 통해 제재 회피 통로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면서 “이는 서방 국가들의 대러 금융 제재가 우회되는 새로운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러시아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태도를 완화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환제재에 대응해 기업들이 국제 거래에서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적 허용 방침을 내놨다.
이는 서방 제재 이후 루블화 기반 결제수단이 위축된 상황에서 암호자산이 일종의 ‘대체 결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