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외신을 인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테라폼랩스가 미국의 점프트레이딩이란 업체를 통해 테라·루나 사태 1년 전에 이미 ‘비밀 거래’로 폭락을 한 차례 막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이런 시세 조작을 통해 테라·루나의 ‘1달러 페깅(고정)’ 주장을 펼친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테라폼랩스와 대표 권도형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자료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해당 자료는 테라 폭락으로 손해를 본 이들이 이달 초 점프트레이딩과 회사의 암호화폐 책임자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3월 미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권씨에 대한 공소장에서, 테라USD(UST) 시세 조작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며 가담 업체는 ‘회사1(Firm-1)’이라는 익명으로 처리한 바 있다. 이 회사가 점프트레이딩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라·루나 폭락 1년 전인 2021년 5월 UST의 시장 가격은 약 90센트까지 하락했다가 회복이 했다. WSJ에 따르면 당시 권씨는 점프트레이딩에 접근해 향후 3년에 걸쳐 1루나당 30·40·50센트에 매수할 권리를 보장하는 대신, 테라·루나 시세를 유지해 달라는 ‘이면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점프트레이딩은 즉시 6,200만 개 이상의 UST를 순매수했고, 코인의 가치는 1달러 이상으로 유지가 됐다.
권 대표는 테라폼랩스의 투자자들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점프트레이딩과 맺은 중요한 계약’에 대한 이메일을 보내고, 점프의 요청에 따라 거래 내용을 비밀로 유지해달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이런 사실을 숨긴 채 페깅 회복을 가리켜 “알고리즘에 의해 자연스럽게 자가 회복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SEC는 권 씨가 “UST는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는 말로 일반 투자자를 현혹했다고 보고있다. 이후 UST와 루나는 2021년 말∼2022년 초 90달러 이상으로 급등하기도 했으며, 시총 및 글로벌 암호화폐 순위 역시 수직 상승하게 됐다.
또한 SEC는 점프트레이딩이 코인 가격 상승기에 보유하고 있던 테라·루나를 매도해, 총 12억8,000만 달러(약 1조7,146억 원)의 차익을 거둬들였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계획이다.
특히 이번 집단소송을 통해 SEC가 점프트레이딩 관계자 혹은 권씨의 추가 혐의를 밝혀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WSJ는 점프트레이딩에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17일 몬테네그로 검찰이 권 씨의 보석을 허용한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현지 시각)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은 최근 권씨와 그의 측근 한 씨의 보석을 허가한 재판부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다만 검찰의 항고와 관련해 법원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권씨 등의 구금은 유지될 전망이다. 만약 법원이 검찰의 항고를 기각하고 이후 각각 40만 유로(한화 약 5억8000만원)의 보석금을 재판부에 지급하면 권씨 등은 보석으로 풀려나게 된다.
보석이 결정된다고 해도 권 씨 등은 지정된 아파트를 벗어날 수 없으며, 도주하거나 감독 조치 등을 어긴다면 보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열린 첫 재판에서 권씨 등이 제시한 보석금이 예상되는 재력에 비해 턱없이 적은 데다, 이들에게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진 만큼 도주 우려가 있다면서 이들의 보석을 허락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한 바 있다.
법원은 “40만 유로의 보석금이 피고인들의 도주 의욕을 꺾을 수 있는 충분한 억제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피고인들은 지정된 아파트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법원은 이것이 상당한 범위에서 구금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는 판결을 내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