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폭락을 부른 ‘루나·테라 사태’ 주범인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 변호인단이 법원에 미국 증권 당국이 제소한 사기 관련 소송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권도형 측 변호인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그를 상대로 제기한 사기 혐의가 근거 없는 것이라면서 소송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SEC가 가상자산 규제의 관할권을 장악하기 위해 연방 증권법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이다. 변호인단은 테라USD가 증권이 아닌 통화라고 주장했다.
권 대표 측은 “미국 SEC가 제시한 증권 사기 혐의 소송은 근거가 없다”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스테이블코인은 증권이 아닌 통화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 연방 증권법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면서 “소송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변호인단은 SEC가 400억달러(53조원) 규모 테라 루나 파산 관련 권도형이 미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기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지난 2018년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공동 설립한 뒤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와 자매 코인 루나를 발행했다.
루나는 100배 가까운 가격 폭등을 보이면서 한때 시가총액 세계 10위권까지 치솟았지만, 2022년 5월 한 순간에 사실상 휴짓조각으로 폭락해 가상화폐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 가격이 폭락한 직후 지난해 4월 말 출국해 싱가포르에 출국한 뒤 잠정했다. 이후 지난해 9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로 거처를 옮기는 등 해외 도피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달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검거됐다.
SEC가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고소한 지 한 달여 만이다. SEC는 지난 2월 테라가 1달러 밑으로 떨어져 대규모 투매사태가 발생하자 무기명증권을 제공, 판매해 최소 400억달러(약 52조8000억 원) 규모의 사기를 벌인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