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상화폐인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주범인 권도형이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권씨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보낼 것을 비공식적으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밀로비치 장관이 권 씨의 최종 판결 전까지는 미국 인도결정을 발표하지 않겠지만, 이미 비공개 논의와 지난달 미 대사와 회담에서 권씨의 미국 인도방침을 밝혔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앞서 몬테네그로 법원은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결정한 뒤,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이 어느 나라로 보낼지를 정하도록 했다.
밀로비치 장관이 ‘권씨의 미국행 발언’ 여부와 관련해 WSJ에 언급을 거부했다. 다만 밀로비치 장관은 별도 발표를 통해 “적당한 시점에 (범죄인 인도 국가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지난해 4월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 직전 해외로 떠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등을 거치며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다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을 사용하려다 체포됐다.
권씨의 신원이 확보되자 한국과 미국이 권씨의 범죄인 인도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이전부터 권씨의 미국행이 예상되는 밀로비치 장관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방송 인터뷰에서 권 대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미국은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혀 미국으로 보내려는 뜻을 에둘러 밝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권씨가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우리나라에서 보다 더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검찰은 권씨에 대해 증권사기·배임 등 5개 혐의를 적용하고 있지만 미국은 금융사기·시세조작 등 8개로 더 많고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100년 이상 선고가 가능하다.
미국행이 확정되면 권씨는 형기와 구금명령이 마무리되는 내년 3월쯤 미국 법정에 서게 될 전망이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피해 보상을 위해 권씨가 한국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형량이 높은 미국으로 보내져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현재 권씨는 몬테네그로 도피 과정에서 여권을 위조한 혐의(공문서 위조)가 인정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4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