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스캠(사기) 범죄자들의 수법이 점차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은 피해액을 기록한 스캠 중 ‘돼지 도살 스캠(Pig Butchering Scam)’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 도살 스캠은 가해자가 허위 투자 등으로 신뢰를 쌓아 피해자를 ‘살찌운’ 다음 거액을 가로채는 방식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불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과거 수법과 달리 특정 인물에게 접근해 관계를 구축하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 방심하게 만든 뒤 거액을 가로채는 방식을 취한다.
또 올해 스캠 범죄는 새로 활성화된 지갑을 통해 유입된 피해액 비율이 높다는 특징도 보였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스캠이 급증하고 있다는 신호로, 올해 발생한 스캠의 43%가 올해 활성화된 지갑을 통해 유입됐다. 두 번째로 유입 비율이 높았던 연도인 2022년(29.9%)과 비교했을 때도 훨씬 높은 수치이다.
다만 올해 스캠 활동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2024년 이전에 활성화된 지갑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상당 부분은 미얀마의 악명 높은 돼지 도살 스캠 시설인 KK 파크(KK Park)와 관련성을 갖고 있다. 2022년부터 운영된 이 조직은 올해 1억 달러(약 133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KK파크는 수 백만 개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악용해 스캠에 신뢰성을 부여했다. 지난 2년 동안 약 52만5000개에서 210만개의 프로필을 확보하기 위해 약 1050만 달러(약 140억 원)의 가상자산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버 범죄를 조장하는 주요 업체로 드러난 후이원 보증(Huione Guarantee)도 올해 스캠 범죄에서 언급됐다.
캄보디아 대기업인 후이원 그룹과 연계된 후이원 보증은 2021년부터 490억 달러(약 65조 원)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를 처리했다.
이 플랫폼은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P2P 마켓으로 운영되며, 돼지 도살 스캠, 투자 사기, 자금 세탁과 같은 불법 활동과 자주 연관되는 거래를 지원해왔다.
체이널리시스는 “후이원 보증과 KK 파크 등의 대규모 범죄조직과의 연결성도 밝혀냈다”면서 “후이원 보증이 지역 범죄 조직의 중심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