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16조 원에 이르는 수상한 해외 송금을 한 5대 시중은행 포함 9개 금융기관이 당국의 중징계를 받았다. 관련 정황을 처음 포착한 지 1년 반 만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를 열고 은행권의 이상 외화송금 안건에 대한 제재 수위를 확정했다. 제재는 영업정지 및 과징금으로 나뉜다.
징계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높은 수준의 징계를 받은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3개 지점에 대해 일부 영업정지(외국환 지급 신규 업무) 6개월과 과징금 3억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신한은행은 1개 지점에 대해 일부 영업정지 2.6개월과 과징금 1억8000만원을 부과받았다.
또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1개 지점에 대해 일부 영업정지 2.6개월의 제재가 확정됐고, 각각 과징금도 3000만원과 2000만원이 부과됐다.
KB국민은행은 영업정지는 없지만, 과징금 규모가 가장 높은 3억3000만원이 결정됐다.
이밖에 SC제일은행이 2억3000만원을, 기업은행이 5000만원, 광주은행이 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위반 금액이 가장 컸던 NH선물의 경우 본점 외국환업무에 대해 5.2개월의 영업정지가 내려졌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작년 6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이상 거래가 포착됐다는 내용을 보고 받고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이상 정황이 포착되면서 검사 대상은 자체 점검으로 의심사례가 나온 10개 은행 등 12곳으로 확대했다. 작년 9~10월엔 NH선물도 들여다봤다.
그 결과 122억6000만달러(약 15조9000억원)가 넘는 규모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를 통해 외국환거래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확인한 바 있다.
대부분 거래는 국내외 가상화폐 시세 차이,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무역대금 명목으로 가장해 해외계좌로 외화를 송금한 뒤 차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한 제재 이외에 자금세탁 관련 법 위반이나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 추가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