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 세력으로 인해 지난 1년간 외화 13조원이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가상자산이 해외 거래소보다 국내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8월부터 관세청, 금융감독원과 집중 단속한 결과 총 49명을 기소하고 해외로 도주한 5명을 기소 중지(지명수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김치 프리미엄’을 악용해 한국에서 암호화폐로 수익을 낸 뒤 해외로 불법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범행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산 코인을 국내 거래소로 보내고, 이를 판 금액을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보낸 뒤 무역대금을 가장해 해외업체 계좌로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런 식으로 A씨 등이 해외로 송금한 외화 규모는 13조원 상당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씨 등이 범행을 저지른 기간 동안 ‘김치프리미엄’이 약 3~5%로 산정돼 외화 불법유출 사범과 투기자금 제공자들은 최소 3900억원 상당의 이익을 나눠 가진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A씨 등은 281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중 투기 세력이 국내에서 가상자산을 매각해 주는 등의 대가로 받은 범죄수익 281억원에 대해선 몰수·추징보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또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금융사 직원들이 이들의 범행을 돕고 그 대가로 현금이나 명품 시계·가방 등을 받은 사실을 포착해 관련자 7명을 기소했다.
금융회사 임직원들은 제출된 증빙자료 등이 허위인 사실을 잘 알면서도 현금 등 대가를 받고, 거액의 불법 외화유출 범행을 지속시킴으로써 이 사건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은행과 증권사 등 2개 법인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에 가담한 지점장이 소속된 은행 지점의 경우 범행 시작 후 1년 새 해외송금 실적이 300배 넘게 폭증했지만, 은행은 이를 점검하지 않고 실적 우수 지점으로 선정해 은행장 포상까지 했다.
검찰은 앞으로 가상자산 투기거래로 인해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선량한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불법 외화유출 범행에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 수사를 통해 사전송금방식 통관수입대금 지급 관련 외환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행정관서와 외국환은행들의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