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금융기관의 암호화폐를 비롯한 디지털자산의 수탁 관련 기준을 더욱 강화한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SEC는 가상자산도 전통 금융자산처럼 제3의 자산관리인을 통해 보관하도록 했다.
헤지펀드·연기금 등 투자자문사(RIA)들이 ‘자격을 갖춘’ 자산수탁(커스터디) 업체를 통해 고객 자산을 보유하도록 하는 자산군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방안을 4대 1로 의결한 것이다.
미국 내 기관투자자들은 자산관리인에 재정적 문제가 발생해도 고객 자산에는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융자산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제3자’ 금융사를 활용해 고객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제3자’를 고용하면, ‘제3자’ 금융사가 기관투자자들이 맡긴 고객 자산과 자사 보유 자산을 개별 관리하는 구조다.
지금까지 ‘제3자’ 역할을 하는 자격을 갖춘 자산수탁 관리자에는 은행과 신탁회사, 브로커-딜러 등이 있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유가증권으로 취급받지 못하면서 SEC의 현행 규정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도난 및 해킹 등 문제가 발생하자 암호화폐 거래소 등 유사 암호화 플랫폼이 자산수탁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SEC는 이번 규제안에서 고객 자산 ‘개별 관리’ 대상 자산을 ‘고객의 모든 자산’으로 명문화해 가상자산을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와 관련한 투자를 제공하는 투자자문사들의 자산 수탁 및 관리에 대한 요구사항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시들리 오스틴 LLP의 제이 배리스 자산관리 업무 파트너는 SEC의 새로운 기준에 대해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위해 더 많은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 회사의 자산수탁 관행은 파산 시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필요한 법적 장애물을 뛰어넘지 못할 수 있다”며 “이미 투자자문사들이 파산한 셀시우스나 보야져, FTX 등으로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현재 비즈니스 모델은 적격 관리 표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한편, SEC는 이번에 의결된 규제안을 2개월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규제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