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이 일선 은행에 가상화폐 업체들의 예치금 대량 인출에 따른 유동성 위험을 경고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은 공동으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들은 가상자산 업체의 예치금을 다룰 때 실질적인 위험성 평가를 해야 한다.
해당 업체에 대해 강력한 자산 실사와 모니터링을 하고, 정기적 스트레스 테스트(손실 가능 금액 측정) 때 예치금의 변동 가능성도 들여봐야 한다.
특히 당국은 코인업체가 맡긴 고객 자금 뿐만 아니라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 안정을 위한 예치금도 대규모 유출에 취약할 수 있는 자금으로 지목했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당국이 변동성 확대를 염두해 두고 스테이블 코인 관련 예치금에 발생할 수 있는 취약성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 가치 등에 고정돼 설계된 가상화폐이다. 이는 일반 암호화폐보다 안정적이라는 점을 내세워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폭락 사태가 일어나면서 전체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신뢰성이 떨어졌다.
당국도 테더 등 다수의 스테이블 코인은 실물자산으로 코인 가치를 뒷받침하며, 코인업체는 이러한 실물자산을 은행 예치금 등으로 보관하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시장 혼란 상황에서 다수의 고객이 돈을 찾기 위해 업체에 몰리면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체가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자산을 급하게 처분할 경우 투자자 손실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성명을 통해 은행들에 새로운 요구 조건이 부과된 것은 아니고 특정 부문과의 거래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당국이 최근 연이어 가상화폐 관련 거래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는 가운데 성명이 나왔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