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8년을 구형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이 전 의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BXA코인을 빗썸에 상장하겠다며 속여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를 제안하고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달러(당시 환율 1120억원)를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 BXA코인을 빗썸에 상장시키고 이를 통해 얻은 자금으로 거래소 간 연합체를 결성하는 사업(BB프로젝트)을 추진하는 내용의 계약을 했다. 그러나 BXA코인은 국내 금융 당국 규제로 상장 자체가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피해액이 1200억원 이상으로 매우 크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피고인이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있으며 죄질이 불량해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도 검찰과 이 전 의장 측은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검찰은 “피고인은 빗썸을 공동 경영하거나 단독으로 지배할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에 따라 공동인수를 준비했다”며 “BXA코인 상장의 현실적 어려움을 인식하고도 계약을 체결했고, 내부적으로 불상장을 결정하고도 피해자로부터 2차 계약금을 편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피해자는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는 BXA코인 주식을 보유한 채 1222억원을 돌려받지 못했고, 5000만 달러 상당의 채무를 부담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며 “반면 피고인은 빗썸의 지배구조를 완성했고 막대한 이득을 얻어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전 의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의 핵심은 고소인의 채무불이행이고 대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라며 “피고인의 전 인생이 달린 형사재판에서 고소인을 기망해 재물을 편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는지를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의장도 최후진술에서 직접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고소인이 회사를 인수하고 싶어 한다고 들었고 직접 만나보니 회사를 잘 이끌어 상장시키면 주식의 가치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저는 매도인으로서 계약사항을 모두 이행했는데 갑자기 김 회장이 저를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8일 항소심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