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프로그래머가 빼돌린 가상자산을 지갑을 복구해 압류했다. 검찰이 개인의 전자지갑을 복구해 그 안에 보관된 가상 화폐를 몰수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는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0)씨의 가상화폐 전자지갑을 복구해 가상자산 이더리움 1796개를 압류했다.
검찰에 따르면 프로그래머 A씨는 2019년 1∼2월 “내가 개발한 코인이 곧 상장되고 이를 사용한 게임도 상용화된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런 수법으로 A씨는 156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146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같은해 6월 자신이 근무하던 게임플랫폼 회사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해 구입한 이더리움 1796개(당시 시가 6억원)를 개인 전자지갑에 전송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던 B사의 소스코드를 받아서 개발한 게임의 저작권을 가지게 해주겠다고 속여 C사에게 비트코인 57.65개(약 8억원 상당)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법원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다.
하지만 A씨가 “이더리움을 보관한 전자지갑이 삭제됐으며 이를 복구할 수 있는 니모닉코드(비밀번호)도 분실했다”고 주장해 결국 징역 16년 선고와 함께 당시 이더리움 시가인 53억원 추징을 선고했다.
검찰은 A씨의 재산 상태로는 추징금을 납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A씨가 니모닉코드를 은닉했을 것으로 의심했다.
이에 검찰은 A씨에게서 압수한 물품들을 모두 재검토했고, 니모닉코드를 알아냈다. 이후 암호화폐 전문가인 A씨가 전자지갑의 비밀복구구문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갑 하나에 복수 계정을 둘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복구를 시도했다.
그 결과 기존에 압수해 비트코인 복구를 했던 니모닉코드를 사용해 수동으로 계정을 복구한 끝에 8번째 계정에서 숨겨져 있던 이더리움 1796개를 발견했다. 발견된 이더리움의 시세는 사건 발생 당시보다 1267% 상승한 76억원으로 늘었다.
검찰은 발견한 이더리움 1796개를 서울동부지검 명의 지갑 계정으로 이전해 압류하고 상고심이 진행 중인 대법원에 이를 몰수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이 확정되는 대로 A씨의 회사에서 범죄 수익금을 돌려받을 권리(환부청구권)를 넘겨받은 사기 피해자들에게 이더리움을 돌려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