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상태에서 거액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
블룸버그 인터뷰에 따르면 단성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은 8일 권 대표가 지난 3월 몬테네그로 당국에 붙잡힌 이후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 소유 가상화폐 지갑에서 2900만달러(약 378억3000만원) 상당을 인출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LFG는 테라USD(UST) 코인의 가치를 달러화에 고정하는 ‘페그’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1월 권 대표가 설립한 조직이다. 이를 통해 권 대표는 테라 USD 페깅 유지 목적으로 비트코인이나 다른 가상자산을 매입해왔다.
단 부장은 “권씨가 직접 했거나 또는 권씨의 지시에 따라 (디지털 토큰이)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자금을 이체해 시그넘 은행이 아닌 다른 지갑으로 옮긴 뒤, 모처에서 인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그넘 은행은 2017년 스위스에 설립된 최초의 가상자산 은행이다. 권 대표는 비트코인 1만개(약 3497억원)를 빼돌려 현금화한 뒤 이 은행에 예치한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고발당했다.
블름버그는 “시그넘 은행의 권 대표 자금 중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이 도피 기간인 2022년 6월∼올 2월 인출됐다”면서 “이 돈의 대부분은 로펌 계좌로 송금되거나 테라폼랩스 임금·청구서 지급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단 부장이 추적하고 있는 권 씨의 LFG펀드 자금은 SEC가 언급한 비트코인 1만개와는 별도이다”라고 부연했다.
인출된 자금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단 부장은 “자금의 행방을 파악하지는 못했다”면서 “현재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시그넘 은행에 남아있는 약 1300만달러(약 169억원) 역시 LFG의 지갑에서부터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해당 자금에 대해서는 동결을 추진 중”이라고 알렸다.
한편, 단 부장은 권 대표가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한국에서 먼저 재판을 받고 나서 미국으로 송환돼 또 재판을 받고 나서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형이 집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범죄인 인도 절차가 용의자 구금 기간 등에 따라 최대 9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